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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김이 작성일 26-04-11 15:08 조회 14회본문
우리 전통 민속경기 가운데 씨름이 있습니다. 씨름판을 보면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순식간에 들어가는 안다리와 배지기, 그리고 탄성을 자아내는 뒤집기 기술은 씨름의 묘미이지요. 하지만 경기를 유심히 보면, 진짜로 오래 이어지는 순간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입니다. 서로 샅바를 꽉 붙잡은 채, 상대의 허점을 기다리며 견디는 시간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무의미한 순간 같지만, 그 속에서 선수들은 온몸의 힘을 다해 버텨 내고 있습니다.
결국 그 시간을 끝까지 버틴 사람만이 자신의 기술을 펼칠 기회를 얻습니다. 그래서 씨름의 승부는 눈부신 한순간에 결정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말없이 견딘 시간 위에 조용히 쌓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비슷합니다. 믿음의 길을 걷다 보면 눈에 보이는 변화나 기적이 없는 듯한 시간이 있습니다. 기도해도 응답이 더뎌 보이고, 수고해도 결실이 보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 시간이 바로 ‘버티는 시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듬고, 내면을 강하게 하시는 시간입니다. 겉으로는 정지된 듯해도, 영혼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성경 속 믿음의 선진들도 모두 버티는 시간을 건너갔습니다. 아브라함은 약속을 기다리며 버텼고, 모세는 광야에서 버텼고, 다윗은 숨어 지내며 버텼고, 예수님도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버티셨습니다. 버팀의 끝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사람을 바꾸는 것은 특별한 한순간이 아니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나온 평범한 시간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버티고 있다면,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 시간 속에서 우리의 믿음을 빚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버틴다는 것은 멈춘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것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그러나 단단히 버티며 믿음의 경주를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을 단련시키고, 우리의 영혼을 한층 깊고 단단하게 빚어 가십니다. 그 시간이 끝날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강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서게 될 것입니다.
노민석목사(헤리티지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