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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김이 작성일 26-03-14 13:25 조회 8회본문
요즘 동네마다 자동 세차장이 생겼습니다. 500원 동전 몇 개만 넣으면 카페트도 빨고, 먼지도 빨아들이고, 센 바람으로 구석구석 깨끗하게 불어줍니다.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커피 자판기나 음료 자판기는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고, 미국에는 동전을 넣으면 이혼서류가 나오는 자판기도 있다고 합니다. 파리에는 1프랑을 넣으면 솔향기 산소를 뿌려주는 자판기가 있고, 동전을 넣으면 담배 한 개피에 불까지 붙여주는 자판기도 있다지요.
예전에는 물건 하나를 사도 얼굴을 보고, “좀 깎아주세요.”, “기분이 좋으니 그냥 드릴게요.” 이런 대화 속에 정이 오갔지요. 세상은 점점 자동화되고, 사람의 손길과 감정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손가락 몇 번이면 모든 게 끝납니다. 감정도, 여운도, 마음도 없습니다.
혹시 우리의 신앙도 이렇게 ‘자판기 신앙’이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요? 손끝으로 몇 번 터치하여 설교를 찾아 듣고, 좋은 말씀이었다며 ‘좋아요’만 누르고, 정작 그 말씀 앞에 눈물과 결단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신앙도. 기도도, 예배도, 교제도 버튼 하나로 해결하려는 그런 마음 말입니다.
신앙은 원래 ‘관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는 그 사랑에 예배로 응답하는 존재입니다. 주님은 자동으로 우리를 축복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너무 익숙한 편리함’이 아니라, ‘다시 감격을 회복하는 은혜의 자리’입니다. 기도 속에서 눈물이 흐르고, 찬양 속에 기쁨이 회복되고, 말씀 속에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자리 말입니다.
자동화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는 감정 있는 신앙, 살아 있는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도 예배의 자리에서 주님 앞에 이렇게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 신앙을 새롭게 하옵소서. 버튼이 아닌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게 하옵소서.”
노민석목사(헤리티지교회 담임목사)

